오늘의시&뮤직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해골티비 간편 회원가입
e24f378d7dfcb13b46b4dc63954c518f_1717591351_8181.png
 

오늘의시&뮤직

 아내의 구두

아내의 구두굽을 몰래 훔쳐본다
닳아 없어진 두께는 곧 아내가 움직였을 거리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만 기대었던 굽이
다른 한쪽 굽을 더 깊게 파이게 했다
덜 파인 쪽에 힘을 주면 굽의 높이가 같아질까
나를 받아주기 위해 제 몸만 넓혀갔지
헐렁한 건강 한 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구두
밑창을 갈면 왠지 낯설 것 같은 구두, 버리면
지나간 가난이 서릿발처럼 일어설 것 같아
신발장에 슬며시 들여놓는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으며 눈물 흘렸을 때
군말 없이 동행해주었던 구두
핼쑥해진 아내의 얼굴처럼 광택이 나지 않는 구두
아무렇게나 신어도 쑥쑥 들어가는 구두가
키를 맞추겠다면서
높은 구두는 고르지도 않던 아내에게
숫처녀 같은 구두 한 켤레 사주고 싶다.
(박정원·시인, 충남 금산 출생) 

5 Comments
멀뚱몰뚱 2023.10.17 02:43  
잘 읽었습니다.
구두..운동화 사야지
bgrok 2023.10.17 03:03  
참 애처러운 구두네요 ~~노래 잘 들었어요 ~~
korea 2023.10.17 03:10  
가슴 찡한 내용이네요~
Titleist 2023.10.17 03:40  
litu 2023.10.17 13:04  
e24f378d7dfcb13b46b4dc63954c518f_1717591364_618.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