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배구] “트린지표 수비 실험” 나섰던 페퍼, 한국형 시스템으로 유턴
올 시즌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던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승점 7·2승 18패)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대표팀 사령탑 출신 조 트린지 감독,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를 영입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으나 현재로서는 창단 후 3시즌 연속 꼴찌 위기에 몰렸다.
특히 리시브 효율(29.27%), 세트당 수비(24.855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초 수비가 흔들리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결국 트린지 감독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을 앞두고 "제가 추구하는 수비 시스템이 그동안 해왔던 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익숙한 수비 시스템으로 플레이함으로써 부담을 줄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트린지 감독은 "일부 선수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수비 시스템이 우리 능력 밖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털어놓으며 "(앞으로는) 변화의 초점을 수비보다 공격에 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3일 배구계에 따르면 트린지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에게 '예측하지 않는 수비'를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1번 자리(후위 오른쪽)에 있는 선수가 블로킹 지원을 위해 전위에 들어가더라도 6번 자리(후위 가운데) 선수가 오른쪽으로 미리 이동해있지 말라는 것이다.
기존 한국 배구에서는 선수들이 자기 주변에 빈자리가 생기면 미리 그 방향으로 이동해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트린지 감독은 먼저 움직였다가 역동작에 걸릴 수 있고 체력 소모가 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상대 공의 방향을 정확히 확인하고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외국 선수들은 신장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가능하겠지만, 키가 작은 한국 선수들에겐 힘들다"고 평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 선수들도 이러한 수비 시스템에 어려움을 토로했고, 트린지 감독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어렵사리 절충점을 찾은 페퍼저축은행이 리시브 라인 안정화에 성공하고 세트 정확도와 공격 성공률도 순차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페퍼저축은행은 한 세트당 정확한 세트(12.447개), 공격 성공률(32.06%) 모두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는 박정아, 이한비, 박은서 등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수비력 보강도 요구된다.
트린지 감독이 공격 부문에서 요구하는 변화의 방향성과 선수들의 수행 능력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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